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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칼럼] 예방이 최선이다

dukkyun 2020. 12. 28. 17:29

 

 

[금강칼럼] 예방이 최선이다

  • 금강일보
  • 승인 2020.11.02 16:54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장

 

편작(扁鵲)은 죽은 사람도 고쳤다고 소문난 중국 전국시대 최고의 명의다. 편작의 형 둘도 모두 의원이다. 위나라 문후가 편작을 불러 삼형제 가운데 누구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가를 물었다. 편작은 맏형이 가장 뛰어나고, 둘째가 그 다음이고, 자신이 가장 못하다고 답했다. 문후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맏형은 질병의 원인을 알고 미리 예방하고 병이 드러나기 전 치료하기 때문에 문 밖으로 소문이 날 수가 없고, 둘째형은 병이 깊어지기 전 조기 진단을 하고 치료하기 때문에 소문이 멀리까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이미 병세가 진행된 다음 침을 찌르고 독약을 투여하고 살갗을 찢고 하며 요란하게 치료하기 때문에 온 나라에 소문이 난 것 같다고 했다. 갈관자(鶡冠子) 세현(世賢)편에 근거한 ‘숙최선의(孰最善醫)’, 곧 “누가 최고의 명의인가”에 대한 고사 내용이다.

소문난 사람이 가장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는 아니다. 발병 원인을 미리 알고 막아내는 사람, 병의 작은 조짐만 갖고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실력자다. 무슨 문제든 마찬가지다. 문제가 일어나기 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미 드러났다 하더라도 초기에 해결하는 것은 차선이다. 방치하다가 일이 커진 상태에서 해결하면 공은 크지만, 예방이나 조기 치료만 못하다.

코로나19로 작은 질병이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손씻기만 제대로 해도 상당수 질병이 예방된다는 얘기다. 온 국민이 쓰고 다닌 마스크 덕분에 호흡기 질환이 현격히 줄었다고 한다. 손 청결과 마스크 착용 같은 작은 예방 노력이 큰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작은 실천이라도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교훈이다.

인성교육도 마찬가지다. 문제 터진 다음 인성교육 운운은 소문만 무성할 뿐 실속은 없다. 필요성에 목청을 높일 뿐 요란한 빈 깡통과도 같다. 일명 세월호법이라 말하는 ‘인성교육진흥법’, 떠들썩하게 만들긴 했지만 지금 결과가 어떠한가. 효, 예절, 협동, 소통, 배려, 존중, 책임, 정직 등 그럴듯한 8덕목을 정하고 의무적으로 교육한다고 말했지만 학교 현장의 현실은 어떠한가. 형식적 시간 때우기, 서류상 실시 등 절묘하게 빗겨 가는 방법만 난무한다.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일부 기성세대에게 여덟 가지 덕목은 더할 나위 없는 절박한 문제이지만, 아이들에겐 그저 귀찮은 암기 항목일 뿐이다. 만일 여덟 가지 덕목을 효와 예 두 가지로 좁혀서 정리하면 어떨까.

생활 속 작은 사랑과 공경(효), 배려와 존중(예)이면 족하지 않을까. 좋다는 거 모두 나열한다고 좋은 것도, 설득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개념, 외워야 한다는 불필요한 부담만 줄 뿐이다. 막상 여덟 가지 모두를 외우고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리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들, 입시 과목만 할까. 불 보듯 뻔하다. 어차피 뒷전일 거라면 핵심적인 두 요소, 효와 예절만 갖고도 인성교육은 충분하다. 여러 개를 나열하여 부담 주기보다는 핵심적인 두 가지로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효율적이다. 생활 속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와도 같은 작은 실천이 대소의 질병을 크게 예방했듯, 일상적 작은 효와 예절 실천이 청소년 문제는 물론 대소의 사회 문제를 크게 예방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어려서부터 소소하게 실천한 효와 예, 어찌 보면 티 안 나는 가정교육의 산물이다. 어른만 보면 무조건 아이의 고개를 찍어 누른 부모의 예절교육이 공손한 아이를 만든다. 주변 어른에 대한 부모의 작은 공경과 감사가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하는 아이들의 미래상이다. 부모가 보여주는 잔잔한 감동은 장래 아이들의 자화상이다. 어려서 몸에 밴 효와 예, 학교폭력은 물론 이 사회 이모저모의 문제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편작의 맏형이 보인 예방적 치료 방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이란 작은 실천이 이모저모의 큰 질병을 예방하듯, 생활 속 작은 효와 예절이 엄청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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