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금강일보] 대전을 일명 '노잼도시'라 말한다. 재미없는 도시란 뜻이다. 난 어린 시절 대전의 추억이 워낙 재밌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애시당초 대전을 노잼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개인적 성향이 시끄럽고 요란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지금도 대전을 노잼이라 생각지 않는다. 나같은 사람에게 오히려 대전은 최고의, 최적의 꿀잼 도시다. 그런데도 주변에선 대전을 노잼이라 말하며 노잼에서의 탈출을 강하게 요구한다. 대전을 노잼이라 함은 딱히 할 것, 놀 것, 갈 곳, 즐길 곳이 없어서란다. 그저 그 유명한 빵집의 튀김소보로 외 별난 자랑거리가 없다고도 말한다. 서울의 신촌, 홍대 앞, 압구정 로데오거리처럼 젊음의 거리도 없고 부산 돼지국밥, 전주 비빔밥, 춘천 닭갈비, 천안 호두과자, 언양 불고기처럼 대전을 대표할 먹거리도 없다는 것이다. 이를 대전사람 스스로 말하면 자학이고 남들이 말하면 모르고 하는 소리다. 대전에도 있을 건 다 있다. 갈 만한 곳, 즐길 만한 것, 맛난 먹거리도 다른 도시 못지않다. 그럼에도 노잼이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재미없다. 무슨 얘기를 해도 반응이 늦거나 아예 없다. 공연하러 오는 가수들도 대전무대서는 앵콜곡을 준비 안 한다고 한다. 어차피 앵콜 반응이 없을 테니 앵콜곡 준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강의를 주로 하는 이 사람의 경험도 비슷하다. 다른 곳에서 감정 반응이 구체적으로 나타났던 부분인데 같은 내용이건만 대전에선 거의 무반응이다. 어느 지역에선 “옳소!” 하며 함성과 박수소리가 함께 터졌지만 대전만은 조용하다. 간혹 이를 지적해서 말하면 “지들은 집에 가서 박수쳐유”라고 말한다.
노잼 얘길 하면 그래도 개그맨은 대전출신이 많다며 이의를 단다. 이유는 간단하다. 속마음 감추고 호들갑 떨지 않으면서 은근히 할 얘기 안할 얘기 다하는 데 그 웃음 코드가 있다. 노잼을 꿀잼으로 승화시키는 대전인(人)만의 은은한 비결이다. 안 괜찮을 때 “괜찮아유” 하며 너스레 떨 때 사람들은 오히려 즐거워한다. 이런 삶의 모습이 대전 사람들에겐 자연스레 배어 있는 것 같다. 외지 사람들은 불편해도 현지 대전 사람들은 전혀 불편하지 않게 느끼는 것들이다. 대전만의 ‘괜찮아유’ 논리의 생활화이다. 예컨대 서대전이란 지명은 하나지만 도시철도역, 기차역, 고속도로IC는 모두 다른 곳에 있다. 근처도 아닌 전혀 다른 곳에 있어도 타지 사람들은 불편할지언정 대전 사람들은 그리 불편한 것 같지 않다. 대전이 자랑하는 대덕연구단지가 외지인들은 당연히 대덕구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 유성구에 있음도, 대전 사람들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수도권 신공항을 인천 영종도에 건설하고 처음 서울공항이라 명명했을 때 인천사람들이 난리쳤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호남선 KTX 노선이 서대전역을 비켜갈 때 잠시 잠깐 불만을 표출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 걸 보면 대전은 지역이 노잼이기보다는 사람이 노잼인 것만은 분명하다. 감정표현이 분명한 영·호남의 중간지대라서 그렇다는 둥 여러 원인을 말하지만 감정과 언어 표현에 신중했던 그 옛날 양반정신의 자연스러운 현재적 구현일 수도 있고, 교육도시, 과학도시로서 절제능력이 뛰어난 식자층이 많아서일 수도 있다.
사람이 재미없든 지역이 재미없든 대전을 노잼도시라 한다면 굳이 이를 회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특화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대전의 남쪽에는 뿌리공원과 효문화진흥원 등 전통문화가 있다. 다른 시·도에 전혀 없는 대전만의 것이다. 효와 뿌리, 역시 꿀잼이기보다는 노잼 소재이다. 대전의 북쪽에 있는 각종 연구단지 역시도 노잼 소재이니 대전에는 한결같이 노잼이 대종을 이룬다. 사람도 노잼, 지역 인프라도 노잼이다. 그렇다면 노잼은 다른 데 없는 대전만의 문화이고 그 중심에 ‘효’와 ‘과학’이 있다. 남쪽의 전통적 효, 북쪽의 현대과학, 대전만의 특화된 노잼 이미지로 구축하며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