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금강칼럼] 출산율을 높일 수만 있다면

dukkyun 2022. 6. 15. 21:22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예부터 인구는 부강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부국강병을 위한 방법으로 인구정책만큼 심혈을 기울인 것도 없다. 특히 약육강식의 춘추전국시대의 경우 제후국들은 좋은 정치로 주변 백성들을 모으려고 온갖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를 위한 정책결정도 중요했고 관리 집행할 유능한 지도자도 필요했다. 지식인 전문가 그룹 제자백가의 등장 배경이다.

춘추시대 월나라 이야기다. 초나라가 오나라와 싸우자 월나라는 이웃한 오나라 편을 들지 않고 초나라 편을 들었다. 이후로 월은 오와 원수가 됐고 결국 싸워 패했다. 전쟁에서 진 월왕 구천은 와신상담(臥薪嘗膽) 끝에 정치를 개혁하고 경제력을 증강시켜 마침내 오나라를 공격해서 승리했다. 구천의 정치개혁과 경제력 증강 프로젝트의 핵심은 백성들의 신뢰회복과 인구 증가책이었다. 백성들의 신뢰회복은 복지정책에 힘쓰는 일이었고 인구정책은 조혼(早婚)과 출산장려를 기본으로 했다. 마치 물이 한군데로 모이듯 백성들이 몰려들기를 기대하며 펼친 정책들이다. 먼저 젊은 남자는 나이든 부인을 맞이하지 못하게 하고 늙은 남자는 젊은 부인을 들이지 못하게 해 우월한 출산 환경을 조성했다. 또 여자 나이 열일곱이 돼 시집을 가지 않거나 남자가 스물이 되도 장가를 들지 않으면 부모에게 벌을 내렸다. 조혼책으로 인구를 늘리려는 셈법이다. 산모를 관청에 보고하면 의원을 보내어 간호했고 남자아이를 낳으면 술 두 병에 개 한 마리를, 여자아이를 낳으면 술 두 병에 돼지 한 마리를 각각 하사했다. 세 쌍둥이를 낳으면 유모를 보내주고 쌍둥이를 낳으면 양식을 보탰다. 고아, 과부, 병자, 빈약자의 아들은 관청에서 가르치고 먹였다. 주변의 뛰어난 학자들에게는 거처와 의복을 제공했고 왕이 직접 쌀과 기름을 싣고 다니면서 노니는 젊은이를 보면 모두 배불리 먹고 마시게 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묻고 대화하며 신뢰관계를 쌓았다. 그러자 월나라의 인구는 급속히 늘었고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왕을 부모처럼 여겼다. 공경과 사랑, 배려와 존중으로 나라를 이끌자 백성들은 자식된 도리로 부모와 나라의 원수 갚는 일을 당연시했다. 월나라가 오나라를 쳐서 이길 수 있었던 배경이다. 늘어난 인구와 최고지도자 왕이 백성의 신뢰를 얻으며 가능했던 일이다.

이상은 국어(國語), 월어(越語)에 나온 내용이다. 고대 춘추시대 일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일부 내용은 오늘날 정책과 꼭 맞닿아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복지 포퓰리즘에 해당하는 내용도 있다. 어찌됐든 핵심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구수 늘리기고 백성의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들이다. 이 같은 정책을 펼친 구천은 결국 오랜 숙원 오나라에 대한 복수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 인구는 가장 큰 국가적 자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심각한 출산율 저하로 불투명한 장래를 염려하게 됐다. 문 닫는 유치원이 생기고 초·중·고교의 교실 공실률이 늘고,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의 대학들은 초비상에 걸렸다. 갈수록 미혼, 비혼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모두가 달갑지 않은 소식들이다. 복지정책은 물론 각종 혜택을 통해 인구를 늘릴 수만 있다면 그것이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아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가 경쟁력에서 인구만큼 소중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가 국제사회에서 큰 소리치는 것도 십수억 인구 덕분이다. 베트남 등 새롭게 떠오르는 국가들도 1억 내외의 인구를 보유한 나라들이다. 아무리 높은 국민소득이 있는 나라라도 인구가 적으면 국제적 영향력은 별로 없다.

인구정책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여야는 물론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적 인구증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상대 헐뜯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여야정치인과 지선 후보들, 국가 존망이 걸린 출산 문제에 그 뛰어난 머리를 활용한다면 기발한 아이디어는 물론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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